노동자들 목만 조이는 최저임금법… 한숨만 ‘푹푹’  
서민 “절차 복잡, 신고도 못해… 월급 빼고 다 올라”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1. 부산의 한 대형마트 계산원인 김미희(39, 여)씨는 중학생 딸을 둔 집안의 가장이다. 올해 10년 차가 되는 그가 주 5일 일해 받은 돈은 103만원이다. 관리비 20만원, 보험금 20만원, 학원비 50만원, 휴대폰 및 인터넷 20만원 등 고정으로 지출되는 금액만 151만원이다. 여기에 각종 경조사비, 병원비, 자녀 용돈 등 유동적인 추가 지출까지 더하면 김 씨의 월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김 씨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아이를 학원 보내고 싶지 않아도 아이를 돌볼 수 없어 보낸다”고 하소연했다. 

#2. 김미향씨는 현재 천막에서 92일째 농성 중이다. 김씨는 지난해 2월 3일부터 연세대 국제캠퍼스 청소미화원으로 일했었지만 그해 12월 31일 11개월 만에 해고당했다. 회사에서 수정된 근로조건을 제시하며 계약서에 사인하라고 했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 해고 사유다. 계약서 안에는 기존에 하루 8시간 근무하고 월급을 120만원 받았던 것을 하루 5.5시간 근무하고 95만원을 받으라는 근무조건이 제시돼 있었다. 
‘사용자는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대하여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최저임금법 제6조(최저임금의 효력) 제1항에는 이처럼 최저임금액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이 법대로 라면  최저임금(5580원) 이상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5580원이 최고임금이 됐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서민들의 한탄이 곳곳에서 들리는 것이 현실이다. 

이마저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들이 허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가 지난 2006~2013년 8년간 점검한 16만 7286곳의 업체 중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업체는 6만 9971(41.8%)곳, 위반 건수는 7만 6425곳이었다. 위반 건수 가운데 99.8%는 시정조치 됐으며, 사법처리 한 업체는 0.11%(82곳)뿐이었다. 

법이 있어도 지키지 않을뿐더러 위반업체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인 것이다. 결국 피해 당사자가 직접 신고해야 하는데 구제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려 노동자들이 기피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위한 丙들의 외침’이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은 “최저임금 미달자가 많은 것에 대해 정부와 재계는 ‘최저임금이 비현실적으로 높아서’라고 답한다”며 “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최저임금이 너무 낮다’고 답하는 다수의 국민 인식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김 선인연구위원은 “기업으로서는 ‘법을 안 지켜도 손해 볼 게 없고 문제될 게 없으니 일단 안 지키고 보는 것’이 솔직한 답변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탈법적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최저임금 위반 적발 즉시 과태료 부과 ▲반복적으로 최저임금을 위반한 사업주 처벌 ▲최저임금 전담 근로감독관, 명예 근로감독관 운영 ▲최저임금 위반 신고 간소화 ▲최저임금 준수 입증 책임을 노동자에서 사용자로 전환 등을 제시했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실장도 “현행 최저임금법에는 생계비, 유사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등을 고려하게 돼 있으나 실제로 이런 요건들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며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에 소득분배 개선분을 반영한 기준 등 다양한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해 중장기 목표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