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정년의 덫' … 59세 경비원 정규직 되면 1년 뒤 퇴직

- 정부부처·공공기관 비정규직 31만 1888명 달해
- 공무원법상 정년은 60세.. 정규직 전환시 정년 적용
- 청소·경비 용역 60세 정년 정규직화 거부해 논란
- 고용부 “직군별 정년 차등적용·무기계약직 전환 가능”

[ ]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제로를 전환을 선언한지 4개월이 흘렀지만 예상 못한 암초에 막혀 지지부진하다. 국가공무원법에 정해 놓은 정년(60세)이 중앙정부부처나 공공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중 상당수는 청소, 경비 등 주로 고연령 근로자들이 근무하는 직종이어서 정규직 전환 시 불과 수년만에 정년퇴직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들은 정년연장을 요구하고 있지만 다른 공무원들과의 형평성 문제로 정부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걸림돌로 인해 당초 정부가 이달 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로드맵’ 또한 추석 이후로 미뤄진 상황이다.

◇ 59세 청소근로자를 60세 정년인 정규직으로 전환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공공부문 비정규직(기간제 및 파견·용역)의 정규직 전환대상자는 중앙부처 2만 888명, 자치단체 5만 1010명, 공공기관 11만 3187명 등 총 31만 1888명이다.

이중 정년 문제로 인해 논란을 빚고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정부세종청사와 정부서울청사를 비롯해 공공기관 등에서 근무하고 있는 환경미화원과 안내직원들이다.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청사 근무 비정규직들을 대상으로 이달 들어 두 차례에 걸쳐 ‘정부청사 정규직 전환 협의회’를 개최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별다른 결론없이 회의를 마무리했다. 근로자들은 정규직 전환 시 곧바로 정년퇴직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대한 해법을 요구했지만 행안부는 “관계부처들과 논의 중”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부 산하기관인 국립생태원도 유사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립생태원은 현재 근무 중인 비정규직 청소·경비 업무 직원들 100여명에게 정규직 전환시 현재 60세인 정년을 65세까지 연장하는 방안과 유예기간을 두는 대안을 제시했다. 유예기간 제공은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시 정년(60세)을 넘어선 이후에도 2~3년간 고용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들은 현재 적지 않은 근로자들이 60세 중반이어서 정규직 전환 시 곧바로 일자리를 잃게 된다며 정년을 70세까지 연장해 줄 것을 요구해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고용부 관계자는 “청소, 경비 등 고령자 친화직종은 별도 정년 설정 등을 통해 추진할 수 있다.”며. “특히 유예기간 두고 기존 계약을 연장하거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 고용부 “직군별 정년 차등적용·무기계약직 적용”

민간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별도의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희대다. 경희대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으나 정년문제가 걸림돌로 등장하자 자회사를 설립해 비정규직 근로자 135명 전원을 모두 이 회사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60세 정년인 경희대와 달리 이 자회사의 정년은 70세다.

문제는 민간과 달리 정부부처는 별도의 자회사를 세우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공공기관 난립을 차단하기 위해 관련법으로 신설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서다.

고용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공공기관을 설립해야 한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은 공공기관을 신설할 때는 공공성 등 설립목적을 명확히 하도록 하고 있어 단순히 비정규직을 채용하기 위해 공공기관을 설립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정규직 전환 시 발생하는 정년 문제 해법으로 직군에 따라 정년을 따로 정하거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정규직 전환을 두고 예상못한 문제들이 잇따라 발생하자 중앙부처를 비롯한 공공기관들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로드맵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기관별 실태조사가 늦어지면서 지연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각 기관이 자체 조사한 비정규직 현황을 중앙부처에서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데 늦어지고 있다.”면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로드맵은 추석 이후에나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