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노동부 양대지침 오남용 우려"…노동계 "미흡"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가 고용노동부의 '공정인사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이 근로자를 보호하는 근로기준법의 취지를 약화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내기로 했다.

인권위는 25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의 '고용노동부 '공정인사지침' 및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에 대한 의견 표명의 건'을 의결했다.

'공정인사지침'에는 이른바 저성과를 이유로 한 통상해고의 정당성 판단 기준과 절차가 담겨 있다.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의 주요 내용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사규를 도입할 때 노조나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법규를 완화하는 것이다.

인권위는 양대지침이 행정규칙이 아니라 안내서 혹은 참고자료 성격을 띠는데도 '지침'이란 용어를 써 구속력 있는 기준인 것처럼 오해하게 하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인권위는 양대지침이 해고 또는 취업규칙 변경을 두고 개별 판례를 일반화해 저성과자 해고나 근로자 동의 없는 취업규칙 변경 시 오·남용될 우려도 있다고 봤다.

노동계는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미흡한 조치라는 지적을 내놓았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내고 "이제라도 인권위가 양대지침의 잘못을 지적하고 의견을 표명한 것은 다행"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 현장에서는 양대지침이 확산해 성과연봉제가 강제로 도입되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도 늘어나고 있다."며 "인권위 권고는 양대지침의 악용과 확산을 막는 데 무용지물"이라고 비판했다.

양대지침이 구속력 있는 행정규칙이 아님을 명확히 알려 오해가 없게 해야 한다는 인권위 의견을 두고도 "적어도 근로기준법의 법 취지에 반하는 지침을 철회하라는 정도로 권고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한노총은 "인권위 의결로 노동부가 근로자 보호입법 취지를 약화하는 월권을 행사했음이 입증됐다."며 지침 철회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