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지침' 노동시장 신호등 역할해야 [생생확대경]

정부, 현장서 악용되지 않도록 후속대책 마련해야,

노동계와 대화 노력도 지속해야

|입력2016.01.26. 06:01

[이데일리 정태선] “양대 지침은 현장 노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신호등이며, 노사 누구도 악용해서는 안 되는 기준이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의 말이다.

정부가 지난주 노동개혁을 위한 공정한 인사와 취업규칙 변경 등을 골자로 하는 ‘양대지침’을 전격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이는 국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노동개혁 4대 입법과는 별개로 우리 노동시장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사안이다.

공정인사 지침은 기존의 정리해고와 징계해고에 덧붙여 ‘일반적인 해고’를 하나 더 넣는다는 개념이다. 성과가 떨어지는 노동자를 자를 수 있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업무능력이 현저히 낮거나 근무성적이 부진해 다른 동료 근로자에게 부담이 되는 경우 ‘엄격한 기준과 절차’를 거쳐 해고가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취업규칙은 채용, 인사, 해고 등과 관련된 사내규칙을 말하는데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취업규칙을 변경하려면 노조의 동의를 받도록 해왔다. 이와 달리 새로운 지침에서는 노조가 협의를 거부하고 동의하지 않는 예외적인 경우 ‘사회 통념상 합리성’에 따라 취업규칙 변경이 가능하게 했다.

정부가 가뜩이나 어려운 근로자를 손쉽게 해고하자고 나선 것은 아니다. 고용노동부는 ‘저성과자’의 해고절차를 엄격하게 규정해 부당한 해고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공정한 평가 → 재교육·배치전환 등, 기회 부여 → 성과 개선 없을 경우 해고’ 등 해고과정을 3단계로 나누고, 평가는 개인의 주관적 판단이 아닌 업무능력과 근무실적에 기반하도록 했다.

이러한 지침이 정착되면 연공·서열 중심으로 형성돼 온 국내 노동시장을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 있다는 논리다. 직장에 다닌 기간이 길다는 이유로 승진하고 임금이 올라가는 호봉제 방식에서 벗어나 능력과 성과에 따른 평가·보상이 가능할 것이란 얘기다. 특히 명확한 해고 절차를 규정했기 때문에 연간 1만 2000여건에 달하는 부당해고 구제신청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노동계의 반발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정부의 의도와 달리 ‘손쉬운 해고’라는 이유에서다. 경실련은 “한국의 10년 이상 장기 근속자 비율은 20.1%에 불과한데 양대 지침이 시행되면 그나마 고용안정성을 보장받던 정규직 노동자들마저 비정규직 수준으로 격하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특히 “정부가 공정한 인사 평가를 전제로 일반해고 도입을 추진하지만 정작 공정한 인사평가가 이뤄지지 않으면 어떻게 할지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이 상황에 따라 일반 해고를 악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불안감이다. 경영자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을 저성과자로 낙인찍어 해고할 수 있고, 특히 노조도 없는 90% 미조직·비정규 중소영세사업장의 근로자에게 피해가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노동계는 주장하고 있다. 취업규칙 역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란 애매한 기준을 내세워 근로자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는 비난이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양대 지침 시행이 노사 갈등을 줄여 줄 것”이라고 말했지만 당장 양대 노총이 극한투쟁을 예고하면서 갈등만 증폭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양대 지침 시행이후 정부의 책임이 더 무겁다 할 수 있다. 정부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후속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노동개혁이 시급한 과제이긴 하지만 개혁을 담당해야 할 핵심 축인 노동계와 대화 노력도 계속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