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속 '송곳'.. 비정규 → 정규직 절반이 2년도 못버텨

권순원 특위 비정규직실태조사단장, 고용노사관계학회서 발제..

"2년 내 절반 이상 정규직 지위 상실“

머니투데이|세종=우경희 기자|입력2015.11.03. 15:43

[머니투데이 세종=우경희 기자] [권순원 특위 비정규직실태조사단장, 고용노사관계학회서 발제.. "2년 내 절반 이상 정규직 지위 상실"]

한국의 비정규직이 정규직 전환의 사다리 보다는 열악한 조건에 근로자들을 가두는 덫에 가깝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극소수 정규직으로 전환되더라도 절반은 채 2년도 정규직 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등 비정규직 낙인효과도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3일 오후 대한상의에서 열린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추계 정책토론회에서 '고용형태 다양화와 한국의 비정규직'을 주제로 발제하고 이 같이 밝혔다.

공공비정규직 노동조합 수원지회 회원들이 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경기도 용역노동자 처우개선 촉구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공비정규직 노동조합은 이번 촉구대회에서 용역근로자 보호지침 적용과 상여금 책정 등의 내용을 요구했다.

권 교수는 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 전문가위원이면서 비정규직 실태 조사단장을 맡고 있다. 특위는 오는 16일까지 비정규직 실태조사 결과를 국회 보고키로 했다. 이는 노동개혁 상 비정규직법(파견법-기간제법) 개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권 교수는 "서구에 비해 한국의 정규직 전환율은 현저하게 낮을 뿐 아니라 비정규직 경험이 주는 상흔효과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장기적으로 남아있는 것이 보인다"며 "분석 결과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 근로자 중 대략 30%가 6개월 이내에 정규직 일자리를 잃고 다시 비정규직으로 복귀하거나 실업 상태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자패널 조사 결과를 분석했다. 2010년 1차 조사에서 2만여명의 비정규직 패널을 선정한 후 3~6개월 단위로 추적조사를 실시했다. 2012년 10월까지 총 9차에 걸쳐 패널자료를 구축했다.

권 교수는 "자료 분석 결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확률이 낮은 '함정패턴'이 강하게 나타났으며, 비정규직 근로자의 실업화도 두드러지는 특징이었다"고 밝혔다. 실제 1차 조사 당시 비정규직 중 1년 뒤 정규직 지위를 획득한 근로자는 4.1%, 2년 뒤에는 5.3%에 그쳤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건너가는 가교가 된다는 가교론보다는 함정론에 가깝다는 결론이 나온다.

권 교수는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도 어렵지만,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해도 정규직에 안착하기 어려운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지적했다. 2만여명의 대상 중 1만1381명을 따로 뽑아 분석한 결과 정규직으로 전환된 근로자들의 초기 2년(2010년 10월~2012년 10월) 간 정규직 유지율은 49.6%에 불과했다. 절반 이상이 다시 비정규직이 되거나 실업자가 됐다.

권 교수는 "비용절감이나 유연성 확보가 비정규직 양산의 주요 원인이긴 하지만 동시에 비정규직이라는 낙인에 따른 상흔이 능력과는 무관하게 정규직 전환이나 안착을 가로막고 있다"며 "상흔효과를 완화할 수 있는 정책적 해법이 모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우경희 기자 cheerup@